남대문 갈치조림 레시피, 무까지 비린내 없이 맛있게 조리는 법

중학교 시절, 눈이 나쁜 편도 아니었지만 또래 친구들이 안경을 쓴 모습이 어찌나 근사해 보이던지 어머니를 억지로 졸라 당시 ‘안경점의 메카’라 불리던 남대문 시장으로 향했습니다. 당시 남대문은 수많은 사람으로 발 디딜 틈 없이 혼잡했고, 사람들 사이를 비켜가는 것조차 쉽지 않았던 활기 넘치는 곳이었습니다. 안경을 맞추고 한 시간쯤 기다려야 제품을 받던 시절이었는데, 요즘의 10분, 20분이면 끝나는 빠른 서비스에 비하면 길었지만 그 왁자지껄한 시장통의 분위기 속에 섞여 기다리는 시간 자체가 참 설레었습니다.

안경이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어머니는 제 손을 끌고 남대문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셨습니다. 두 사람이 겨우 비켜서서 지날 만큼 좁다란 그 골목에 들어서자, 온통 생선 튀기는 고소한 냄새와 칼칼한 조림 냄새가 골목 전체를 메우고 있었습니다. 산처럼 쌓여 있던 갈치 튀김과 보글보글 끓어오르던 갈치조림 양념의 풍경은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손님이 들어서면 곧바로 다시 튀겨내어 고소하고 바삭했던 작은 갈치 튀김과, 마른 김에 밥을 올리고 자작한 조림 양념을 얹어 싸 먹던 그 갈치조림의 맛은 정말 천국이 따로 없었습니다.

그 시절 머리 위에 커다란 쟁반을 서너 개씩 탑처럼 쌓아 올리고 좁은 골목과 번지수도 불명확한 시장 점포 사이를 번개처럼 누비던 배달 아주머니들의 모습도 생생합니다. 그릇 회수까지 신속하고 완벽하게 해내시던 풍경을 돌이켜보면, 때로는 아날로그의 정성과 익숙함이 현대의 디지털보다 더 빠르고 매력적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도 가끔 안경을 새로 맞추거나 남대문 근처를 지날 때면, 일부러 시간을 내어 그 시절 어머니와의 추억이 숨 쉬는 그 갈치조림 골목을 찾곤 합니다.

레시피 바로 보기 ↓

그래서 오늘은 남대문 갈치조림 레시피를 집에서 그대로 재현해봤습니다.

조리시간
총 35분
분량
2인분
난이도
쉬움
남대문 갈치조림 한상
남대문 갈치조림 한상


남대문 갈치조림 골목, 왜 갈치조림만 모여 있을까

남대문시장 골목 안쪽에는 갈치조림만 파는 자리가 따로 모여 있습니다. 냄비가 줄줄이 끓고, 골목 초입부터 매콤한 냄새가 훅 끼쳐옵니다. 원래는 시장 상인들이 끼니 때우려 끓여 먹던 음식이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세월이 지나며 어느새 손님상 메뉴가 됐습니다. 갈치는 살이 부드러워 오래 끓여도 잘 부서지지 않고, 무는 오히려 국물을 흠뻑 머금어 인기가 더 많을 때도 있습니다. 집에서 재현할 때 관건은 딱 하나. 무를 먼저 익히는 것입니다. 이 순서 하나만 지키면 골목에서 먹던 맛에 꽤 가까워집니다.

재료 (2인분 기준)

반드시 필요한 것

  • 손질된 갈치 300g (약 2~3토막)
    냉동 손질갈치도 괜찮습니다. 자연 해동 후 사용하세요.
  • 무 200g (약 1/4개)
    1.5cm 두께로 도톰하게 썹니다. 얇으면 갈치보다 먼저 물러집니다.
  • 대파 20g
    흰 부분 위주로 어슷썰기
  • 청양고추 10g (약 1개)
  • 다진마늘 15g
  • 다진생강 3g
    비린내를 잡는 역할입니다. 생략하면 비린내가 남을 수 있습니다.
  • 고춧가루 24g
  • 고추장 18g
  • 간장 45g
  • 맛술(청주) 15ml
  • 설탕 12g
  • 후추 1g
  • 물 또는 쌀뜨물 300ml
    쌀뜨물을 쓰면 비린내 잡기에 조금 더 유리합니다.

있으면 더 좋은 것

아래는 생략해도 완성됩니다.

  • 홍고추 약간 — 색을 살리고 싶을 때
  • 양파 100g — 국물에 단맛을 더하고 싶을 때

조리 순서

  1. 재료 손질 — 5분
    무 200g은 1.5cm 두께로 썰고, 대파 20g과 청양고추 10g은 어슷썰기 합니다. 갈치 300g은 흐르는 물에 한 번 헹궈 준비합니다.
  2. 양념장 만들기 — 5분
    고춧가루 24g, 고추장 18g, 간장 45g, 다진마늘 15g, 다진생강 3g, 설탕 12g, 후추 1g을 그릇에 넣고 고루 섞습니다.
  3. 무 먼저 익히기 — 10분
    냄비에 물(또는 쌀뜨물) 300ml와 무를 넣고 끓입니다. 무가 반투명해질 때까지 익힙니다. 갈치를 처음부터 같이 넣으면 무가 익기 전에 갈치 살이 먼저 부스러집니다.
  4. 갈치 넣고 조리기 — 12분
    익힌 무 위에 갈치를 가지런히 올리고, 양념장의 2/3 정도를 고르게 끼얹습니다. 뚜껑을 열어둔 채 중약불에서 끓입니다.
  5. 마무리 — 3분
    남은 양념장, 대파, 청양고추, 맛술 15ml을 넣고 국물이 자작해질 때까지 조립니다.

핵심 주의사항 무를 다 익히기 전에 갈치를 넣으면 갈치가 먼저 부서집니다. 3번 단계에서 무가 반투명해지는 걸 꼭 확인하고 넘어가세요.

해보고 알게 된 것

처음 집에서 남대문식 갈치조림을 만들 때 가장 큰 실수는 무와 갈치를 처음부터 한꺼번에 넣고 끓였던 점이었습니다. 무가 부드럽게 익기를 기다리는 동안 연한 갈치 살이 국물 속에서 다 부스러져 버렸고, 비린내도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해 텁텁한 조림이 되고 말았습니다. 무를 먼저 쌀뜨물에 푹 익혀 반투명해졌을 때 갈치를 올리고 뚜껑을 열어 조려내야 생선 살의 탱글함이 유지되고 비린내도 날아간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로는 '무 먼저 익히기'를 절대 잊지 않고 지키고 있습니다.

양념장은 한 번에 다 붓지 말고 두 번에 나눠 끼얹는 게 훨씬 고르게 배입니다. 국물이 너무 졸아들면 물을 50ml씩 나눠 보충하는 게 낫습니다. 한꺼번에 부으면 간이 흐트러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손질 안 된 갈치도 되나요?
됩니다. 다만 내장 제거, 비늘 긁기, 지느러미 정리까지 직접 해야 해서 손질 시간이 10분 정도 추가로 붙습니다. 마트에 손질을 요청하면 이 과정을 생략할 수 있습니다.

Q. 무 대신 감자를 넣어도 되나요?
가능합니다. 감자 200g으로 바꾸면 익는 데 시간이 조금 더 걸려서, 3번 단계 조리 시간을 3분 정도 늘려주면 됩니다.

Q. 더 맵게 하고 싶으면요?
고춧가루를 24g에서 30g으로 늘리는 쪽을 추천합니다. 청양고추를 하나 더 넣는 것도 방법인데, 이쪽은 칼칼함보다 화한 매운맛이 강해집니다.

Q. 비린내가 걱정되는데 어떻게 잡나요?
쌀뜨물에 10분 정도 담가두면 확실히 줄어듭니다. 쌀뜨물이 없으면 우유에 5분만 담갔다 헹궈도 비슷한 효과를 봅니다.

Q. 남은 양념장은 어떻게 쓰나요?
두부조림이나 코다리조림에 그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냉장 보관은 2~3일 안으로 잡는 게 좋습니다.

마무리

양은 냄비 속에서 칼칼한 양념을 머금고 보글보글 자작하게 조려진 무와 갈치를 보고 있으면, 좁은 골목길 사이로 어머니 손을 꼭 잡고 들어서던 중학생 시절의 남대문 풍경이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비록 지금은 가깝고 편리한 대형마트나 배달 앱으로 생선요리를 접하기 쉬워졌지만, 푹 익은 무를 숟가락으로 툭 잘라 밥에 비비고 마른 김에 싸 먹던 그 골목 특유의 감성은 쉽게 대체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시장의 고단함 속에서도 쟁반을 머리에 이고 바쁘게 골목을 누비던 사람들의 온기, 그리고 어머니가 사주신 맛있는 한 끼의 기억이 담긴 갈치조림. 오늘 저녁에는 따스했던 그 시절의 아날로그 추억을 그리워하며, 집에서 보글보글 남대문표 갈치조림 한 냄비를 올려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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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TheKei
오랫동안 글과 요리를 좋아하는 외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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