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면 레시피, 상 받은 날에만 먹던 그 시절 맛
어렸을 적 생일이나 졸업식, 혹은 학교에서 큰 상을 받아왔던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었던 소중한 추억의 음식이 있습니다. 졸업장과 우등상, 개근상을 바리바리 싸 들고 들어서던 중국집은 언제나 사람들로 가득 차 발 디딜 틈조차 없었습니다. 혹여나 부모님의 지갑 사정에 부담이 될까 걱정스러운 마음도 잠시,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자장면 한 젓가락이 입안으로 들어가면 그 어린 날의 근심은 이내 까맣게 잊히곤 했습니다.
g.o.d의 노래 '어머님께'에서 어머니가 자식 앞에서 자장면을 마다하며 속마음을 감추던 장면이 여전히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리듯, 그 시절 자장면은 단지 허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닌 가족의 사랑과 특별한 기쁨을 상징하는 매개체였습니다. 이제는 너무나 흔하고 언제든 쉽게 시켜 먹을 수 있는 배달 음식이 되었지만, 여전히 문득문득 아련한 추억과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최고의 소울푸드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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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자장면 |
그래서 오늘은 그 시절 기억을 되살려 집에서 만드는 자장면 레시피를 소개합니다.
이 글의 순서
자장면, 사실은 어디서 왔을까
자장면은 사실 완전한 중국 음식이 아닙니다. 인천 개항 이후 산둥성 화교들이 들여온 춘장이 한국 입맛에 맞게 바뀌면서 지금의 형태가 되었습니다. 1948년경 인천 공화춘에서 이런 식의 자장면을 처음 팔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짜지 않고 달큰한 지금의 맛은, 그러니까 한국에서 완성된 셈입니다. 예전에는 지금처럼 흔한 배달 음식이 아니었습니다. 한 그릇 가격도 만만치 않았고, 동네마다 중국집이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특별한 날에만 먹었다는 기억이 유독 많은 것도 아마 그래서일 겁니다.
재료 (2인분 기준)
반드시 필요한 것
- 돼지고기 앞다리살 150g
지방이 적당히 섞여 있어야 소스에 감칠맛이 돈다 - 춘장 80g
- 식용유 60ml
춘장 볶는 데 40ml, 재료 볶는 데 20ml로 나눠 쓴다 - 양파 200g (약 1개)
- 애호박 100g (약 1/3개)
- 감자 100g (약 1개, 작은 것)
- 대파 30g
- 다진마늘 15g
- 설탕 10g
- 전분 15g
- 물 45ml (전분물용)
- 물 400ml (육수용)
- 중식면(생면) 400g
있으면 더 좋은 것
아래는 생략해도 완성됩니다.
- 굴소스 15ml
- 오이채 30g (고명용)
조리 순서
- 재료 손질 — 5분
돼지고기 150g은 1.5cm 크기로 깍둑썰기 하고, 양파 200g·애호박 100g·감자 100g도 비슷한 크기로 썬다. 대파 30g은 어슷하게, 마늘 15g은 다져둔다. - 춘장 볶기 — 3분
팬에 식용유 40ml를 두르고 중약불에서 춘장 80g을 2~3분간 볶는다. 이걸 건너뛰면 춘장 특유의 떫은맛이 그대로 남는다. - 고기 볶기 — 3분
볶은 춘장은 잠시 덜어두고, 같은 팬에 식용유 20ml를 더해 돼지고기를 강불에서 겉면이 갈색이 될 때까지 볶는다. - 야채 볶기 — 4분
대파와 다진마늘을 먼저 향이 날 때까지 볶은 뒤 양파 → 감자 → 애호박 순서로 넣는다. 딱딱한 재료부터 넣어야 익는 속도가 맞는다. - 물 붓고 끓이기 — 8분
물 400ml를 붓고 센불로 끓이다 중불로 낮춰 감자가 투명해질 때까지 끓인다. - 춘장 넣고 섞기 — 2분
덜어둔 춘장과 설탕 10g을 넣고 골고루 섞는다. - 농도 맞추기 — 2분
전분 15g을 물 45ml에 풀어 소스에 조금씩 넣으며 원하는 농도가 될 때까지 젓는다. 한 번에 다 넣으면 뭉친다. - 면 삶고 완성 — 8분
별도 냄비에 물을 끓여 중식면 400g을 포장 표시 시간대로 삶는다. 찬물에 헹궈 물기를 뺀 뒤 그릇에 담고 소스를 얹는다.
전분물은 나눠서 넣는다 한 번에 붓지 말고 조금씩 넣어가며 농도를 확인해야 뭉치지 않는다.
해보고 알게 된 것
처음 자장면을 직접 만들 때 춘장을 의욕적으로 강불에 볶았다가 춘장이 새까맣게 타고 속은 떫은 채 남아 소스 전체를 버렸던 적이 있었습니다. 춘장은 볶는 시간보다 불 조절이 핵심이어서 반드시 중약불에서 은근하게 기름을 먹여가며 볶아야 특유의 고소한 풍미가 살아납니다. 또한 전분물은 소스에 붓자마자 마구 젓기보다는 부어준 뒤 잠시 열 전달을 기다렸다가 부드럽게 저어주어야 젤리처럼 뭉치지 않고 매끄럽게 농도가 맞춰진다는 사실도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깨닫게 되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춘장은 꼭 볶아야 하나요?
네. 그냥 쓰면 떫은맛이 남습니다. 기름에 2~3분만 볶아도 확실히 달라집니다.
Q. 돼지고기 대신 다른 고기를 써도 되나요?
소고기나 닭다리살로 바꿔도 됩니다. 그래도 돼지고기 특유의 감칠맛이 자장 소스와 제일 잘 붙는다는 평이 많아요.
Q. 소스를 냉동 보관해도 되나요?
소스만 따로 얼리면 3주 정도는 괜찮습니다. 면과 섞어서 얼리면 면이 퍼져버립니다.
Q. 전분물 없이 농도를 낼 수 있나요?
감자를 으깨 넣는 방법도 있습니다. 다만 전분물만큼 매끈한 질감은 안 나옵니다.
Q. 자장면과 짜장면, 표기가 다른 이유는 뭔가요?
표준어는 자장면이지만 2011년부터 짜장면도 복수 표준어로 인정됐습니다. 실생활에서는 짜장면이 훨씬 많이 쓰입니다.
마무리
뜨거운 김이 피어오르는 면발 위에 검붉은 소스를 얹고 야무지게 비벼 한 입 크게 밀어 넣으면, 이상하게도 어린 시절의 졸업식 풍경이 스쳐 지나갑니다. 정갈하게 매끄러운 중식당의 맛도 좋지만, 집에서 직접 양파를 썰고 춘장을 볶아 만드는 자장면에는 특유의 따뜻함과 그리움이 스며있습니다.
시대가 변하고 자장면이 언제든 부르면 찾아오는 손쉬운 음식이 되었을지라도, 내 손으로 직접 볶아낸 이 한 그릇만큼은 여전히 나를 위한 '특별한 날의 요리'가 되어줍니다. 오늘 저녁, 먼 기억 속 소중했던 그날을 떠올리며 가족들과 함께 추억의 자장면 한 그릇을 나눠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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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TheKei
오랫동안 글과 요리를 좋아하는 외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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