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모밀 만드는법, 시판 쯔유로 15분 완성 (2인분)
저는 냉모밀을 꽤 좋아합니다.
그렇다고 냉모밀 맛집을 찾아다닐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냥 여름이 되면 한 번씩 생각나는 음식이었습니다. 날씨가 덥고 입맛도 별로 없을 때 시원한 냉모밀 한 그릇 먹으면 괜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런데 예전에 우리 동네에 송옥이라는 냉모밀집이 하나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동네에 새로운 냉모밀집이 생겼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한번 먹어보고 나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 |
| 송옥의 냉모밀 |
‘어? 여기 냉모밀 괜찮은데?’
그렇게 몇 번 더 먹게 됐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특별히 화려한 맛은 아니었습니다. 요즘 유명한 소바집처럼 뭔가 굉장히 세련된 느낌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조금 투박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게 좋았습니다.
면을 장국에 찍어서 먹고 무도 조금 넣고, 파도 넣고, 와사비도 조금 풀어서 먹으면 그냥 계속 먹게 됐습니다.
왜 맛있는지는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운데, 먹고 나면 또 생각나는 맛이었습니다.
그래서 냉모밀이 먹고 싶은 날이면 자연스럽게 그 집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가게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잠깐 문을 닫았나 싶었습니다.
그러다 결국 더 이상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조금 아쉬웠습니다.
동네에 있던 식당 하나가 없어졌을 뿐인데, 시간이 지나니까 오히려 그때 먹었던 냉모밀이 더 생각났습니다.
사람 마음이 참 이상합니다.
있을 때는 그냥 먹었던 음식인데 없어지고 나니까 괜히 더 먹고 싶어집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그런데 송옥 본점은 어디에 있는 거지?’
찾아보니 서울 북창동에 송옥 본점이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꽤 오래된 곳이었습니다.
1961년부터 시작한 곳이라고 하니 제가 우리 동네에서 처음 먹었던 것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냉모밀을 만들어온 곳이었습니다.
그걸 알고 나니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내가 동네에서 그렇게 맛있다고 생각했던 그 냉모밀의 원래 맛은 어떨까?’
결국 한 번 가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송옥 본점까지 찾아가게 됐습니다.
서울에는 냉모밀로 유명한 곳이 정말 많습니다.
저도 유명하다는 곳을 몇 군데 먹어봤습니다.
광화문에 있는 미진도 있고, 신사동에는 미미면가도 있습니다.
둘 다 맛있습니다.
괜히 유명한 집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특히 요즘 소바집들을 보면 정말 음식이 잘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면도 좋고 육수도 좋고, 같이 나오는 재료들도 신경을 많이 쓴 것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참 이상했습니다.
저는 그런 곳에서 맛있는 냉모밀을 먹으면서도 가끔 송옥이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본점에서 송옥의 판메밀을 다시 먹어보니 그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
송옥은 조금 다릅니다.
요즘 기준으로 보면 아주 세련된 맛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게 좋았습니다.
조금 투박하고, 조금 익숙하고, 그냥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맛입니다.
장국에 면을 찍어 먹고 무와 파를 넣고 와사비를 조금 풀어 먹다 보면 어느새 면이 없어집니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맛있지?’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이건 정말 개인적인 취향입니다.
미진이 더 맛있다고 생각하는 분도 많을 것이고, 미미면가가 훨씬 좋다는 분도 많을 것입니다.
저도 두 곳 모두 맛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 입맛에는 이상하게 송옥의 조금 투박한 맛이 더 잘 맞았습니다.
아마 음식은 이런 것 같습니다.
꼭 가장 잘 만들어진 음식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맛이 있습니다.
저에게는 송옥이 그런 집이었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참 편해졌습니다.
예전에는 냉모밀이 먹고 싶으면 이런 식당을 찾아가야 했지만, 지금은 마트나 온라인에서 메밀면과 모밀소스를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시판 제품들도 생각보다 맛이 괜찮습니다.
그래서 집에서도 가끔 냉모밀을 만들어 먹습니다.
제가 평소에 먹으면서 ‘이 정도면 집에서도 간단하게 해 먹을 수 있겠다’ 싶었던 방법으로 이번에 한번 만들어봤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냉모밀 만드는법을 정리해봤습니다. 시판 쯔유 하나로 15분이면 끝나는, 딱 배고픈 성인 남자 둘이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2인분 기준이에요.
이 글의 순서
냉모밀, 왜 이렇게 만드는가
냉모밀은 일본의 자루소바에서 갈라져 나와 한국 가정 방식으로 자리 잡은 여름 국수입니다. 원래는 면을 육수에 콕콕 찍어 먹는 게 정석이지만, 국물처럼 부어 마시듯 먹는 방식이 한국에서 훨씬 흔해요. 그 편이 편하기도 하고요.
무즙을 넣는 이유는 단순한 고명 이상입니다. 무에 들어 있는 소화 효소가 메밀의 텁텁함을 잡아주고, 쯔유의 짠맛과 감칠맛 사이에 청량감 한 겹을 더해줍니다. 대파를 얇게 채써는 것도 마찬가지 원리예요 — 두껍게 썰면 매운맛만 튀고, 얇게 썰면 매운맛과 단맛이 동시에 육수에 녹아듭니다.
면 종류는 취향 차이가 큽니다. 냉동 생메밀면은 식감이 쫄깃하고 향이 진하지만, 마트에서 파는 일반 소바면도 충분히 훌륭한 대안이에요. 밀가루가 섞여 있어 끊어질 걱정 없이 편하게 삶을 수 있거든요.
재료 (2인분 기준)
반드시 필요한 것
- 메밀면(냉동 생메밀면 또는 마트 소바면) 400g
냉동 생메밀면이 식감은 더 좋지만, 마트 소바면도 충분한 대안입니다. - 시판 쯔유(원액) 120ml
브랜드마다 희석 비율이 다르니 포장지 표기를 먼저 확인하세요. 이 레시피는 물:쯔유 = 5:1 기준입니다. - 물 600ml
- 무즙(간 무) 120g (무 약 1/3개)
- 대파 40g, 얇게 채썰기
매운맛과 단맛을 동시에 살리려면 두껍지 않게 써는 게 포인트입니다. - 구운 김가루 4g
- 고추냉이 6g
있으면 더 좋은 것
아래는 생략해도 완성됩니다.
- 얼음 100g (육수를 더 차갑게)
- 설탕 5g (단맛이 부족하게 느껴지면)
조리 순서
- 육수 만들기 — 3분
쯔유 120ml와 물 600ml를 섞어 냉동실에 넣어둡니다. 살얼음이 살짝 생길 정도면 딱 좋아요. 얼음 100g으로 대신해도 됩니다. - 면 삶기 — 2분
냉동 생메밀면은 끓는 물에 2분이면 충분합니다. 마트 소바면을 쓴다면 4~5분으로 늘려주세요. 삶은 뒤엔 찬물에 바락바락 헹궈 전분기를 빼야 육수가 탁해지지 않습니다. - 고명 준비 — 7분
무를 갈아 무즙 120g을 준비하고, 대파 40g은 얇게 채썹니다. 대파는 찬물에 한 번 헹궈 매운 기를 살짝 빼면 더 먹기 편해요. - 담아 완성 — 3분
그릇에 면을 담고 차가운 육수를 붓습니다. 무즙, 대파, 김가루, 고추냉이를 올리면 끝입니다.
핵심 주의사항 쯔유 희석 비율은 제품마다 다릅니다. 이 레시피는 물:쯔유 5:1 기준이니, 처음 만든다면 육수를 다 붓기 전에 살짝 맛을 보고 조절하세요.
해보고 알게 된 것
사실 요즘 시판되는 제품들은 꽤 잘 나옵니다.
예전에는 ‘집에서 만든 냉모밀이 맛집 맛을 어떻게 따라가겠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면도 괜찮고 모밀소스도 상당히 잘 나옵니다.
무나 파, 김가루, 와사비 정도만 있으면 생각보다 꽤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물론 식당에서 먹는 것과 완전히 똑같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집에서 더운 날 간단하게 한 끼 먹기에는 충분합니다.
무엇보다 냉모밀 하나 먹겠다고 멀리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게 좋습니다.
대파는 채썬 직후보다 찬물에 5분 정도 담갔다가 물기를 뺐을 때 매운맛이 한결 부드러워집니다. 무즙은 미리 갈아두면 물이 고이니, 먹기 직전에 가는 게 낫더라고요.
자주 묻는 질문
Q. 생메밀면이랑 마트 소바면, 뭐가 더 나아요?
식감은 생메밀면이 확실히 쫄깃합니다. 다만 마트 소바면도 밀가루가 섞여 있어 끊어질 걱정이 적고, 삶는 시간도 크게 차이 안 나요. 둘 다 400g 기준으로 이 레시피에 그대로 쓸 수 있습니다.
Q. 시판 쯔유랑 냉모밀 전용 육수, 뭐가 다른가요?
쯔유는 우동·소바·튀김 등에 두루 쓰는 범용 소스라 희석 비율을 직접 맞춰야 합니다. 냉모밀 전용 육수는 이미 냉모밀에 맞게 배합돼 있어서 물만 섞으면 끝나는 제품이 많아요.
Q. 고추냉이는 꼭 넣어야 하나요?
이 레시피에서는 필수로 잡았습니다. 쯔유의 짠맛과 무즙의 청량감 사이에서 화한 향 하나가 빠지면 밋밋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매운 걸 못 드신다면 아주 소량만 곁들여도 됩니다.
Q. 무즙은 왜 넣는 건가요?
단순 고명이 아니라 소화를 돕고 메밀 특유의 텁텁함을 씻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갈아둔 지 오래된 무즙은 쓴맛이 올라오니 먹기 직전에 가는 걸 추천해요.
Q. 육수는 얼마나 차가워야 맛있나요?
살얼음이 살짝 생길 정도가 기준입니다. 완전히 얼면 면에 육수가 잘 안 묻고, 미지근하면 청량감이 확 떨어져요.
마무리
송옥 본점에 가서 냉모밀을 먹고 나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 우리 동네에서 먹었던 맛이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또 그때 제가 먹었던 맛이 기억 속에서 조금 더 맛있게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사람 기억이라는 게 그렇지 않습니까.
그때는 아무렇지도 않게 먹었던 음식인데 시간이 지나면 이상하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저에게 송옥이 그랬던 것 같습니다.
미진도 맛있고 미미면가도 맛있습니다.
요즘 잘한다는 소바집에 가보면 정말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저는 이상하게 송옥을 먹고 나면 마음이 편합니다.
뭔가 대단한 음식을 먹었다는 느낌보다는,
‘그래, 내가 좋아하는 냉모밀은 이런 맛이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 투박하고, 조금 옛날 느낌도 나고, 특별히 꾸민 것 같지도 않은데 그냥 맛있습니다.
아마 그래서 우리 동네에 있던 송옥이 없어졌을 때 그렇게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그냥 동네 냉모밀집 하나가 없어진 줄 알았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제가 좋아하던 음식 하나가 사라진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본점까지 찾아가게 됐습니다.
지금은 집에서도 냉모밀을 쉽게 먹을 수 있습니다.
시판되는 면과 모밀소스도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고, 필요한 것 몇 가지만 준비하면 꽤 맛있는 냉모밀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름에 냉모밀이 먹고 싶으면 굳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집에서 만들어 먹기도 합니다.
차갑게 준비한 면을 장국에 찍어 먹고, 무와 파를 넣고 와사비를 조금 풀어 먹습니다.
그렇게 한 젓가락 먹고 있으면 예전에 우리 동네에 있던 송옥이 생각납니다.
참 별것 아닌 음식 하나인데도 그렇습니다.
결국 음식은 사람마다 좋아하는 맛이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미진의 냉모밀을 가장 좋아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미미면가의 소바를 가장 좋아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조금 투박했던 송옥의 판메밀이 더 좋았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송옥에 가게 된다면 이번에는 예전보다 조금 천천히 먹어보고 싶습니다.
그때 우리 동네에서 먹었던 그 맛이 맞는지, 아니면 제가 그 시절을 좋게 기억하고 있었던 것인지 다시 한번 확인해보고 싶습니다.
어쩌면 둘 다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맛있는 음식은 맛으로만 기억되는 게 아니라, 그 음식을 먹었던 시간까지 함께 기억되는 것 같으니까요.
함께 보면 좋은 글
- 콩국수 — 같은 여름 냉국수 계열, 육수만 다릅니다
- 잔치국수 · 멸치육수 — 온면 버전이 궁금하다면
- 마약 계란(간장계란) — 냉모밀에 곁들이기 좋은 밑반찬
글 • TheKei
오랫동안 글과 요리를 좋아하는 외노자.

댓글
댓글 쓰기